귀를 막지 않아도 음악이 들린다면, 그게 정말 '이어폰'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처음 이 제품을 받았을 때 솔직히 반신반의했습니다. 골전도 이어폰이 음질을 포기한 대신 안전을 택하는 제품이라는 선입견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제가 직접 써봤는데, 첫 음악을 재생하는 순간 그 선입견이 산산조각 났습니다.

듀얼피치 기술
샥즈 오픈런 프로 2의 핵심은 듀얼피치(DualPitch) 기술입니다. 여기서 듀얼피치란 골전도(Bone Conduction)와 공기전도(Air Conduction)라는 두 가지 소리 전달 방식을 하나의 기기에 통합한 하이브리드 드라이버 구조를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고음과 중음은 두개골의 진동을 통해 직접 내이(內耳)로 전달하고, 저음만큼은 별도의 공기전도 유닛이 담당하는 역할 분담 방식입니다.
이게 왜 중요하냐 하면, 기존 골전도 방식만으로는 저음을 충분히 재현하는 데 물리적 한계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전작을 썼을 때도 느꼈던 가장 큰 아쉬움이 바로 그 부분이었습니다. 베이스가 쿵쿵 치는 구간에서는 뼈가 간질거리는 이상한 진동감이 있었고, 저음 자체의 무게감도 부족했습니다. 오픈런 프로 2는 이 문제를 구조적으로 해결했습니다. 공기전도 유닛에는 18×11mm 크기의 드라이버와 돔형 진동판이 탑재됐고, DirectPitch™ 기술이 적용돼 소리가 귀 쪽으로 지향적으로 방사됩니다. 여기서 DirectPitch™란 음향 에너지를 귀와 가까운 방향으로 집중시켜 착용자에게는 크게, 주변 사람에게는 최소한으로 들리도록 설계된 지향성 음향 기술입니다.
달라진 사운드품질
실제로 같은 볼륨에서 전작과 신형을 번갈아 들어보면 차이가 분명합니다. 제가 주로 듣는 장르가 EDM이나 힙합처럼 저음 비중이 높은 편인데, 전작에서는 그냥 무난하게 들리던 베이스 라인이 오픈런 프로 2에서는 확연히 밀도감 있게 전달됩니다. 동시에 간질거림은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이게 단순히 소리가 좋아진 게 아니라, 구조 자체가 달라진 결과입니다.
코덱은 SBC만 지원한다는 점은 짚어두어야 합니다. SBC(SubBand Coding)란 블루투스 오디오의 기본 압축 방식으로, aptX나 AAC 같은 고품질 코덱에 비해 음질 손실이 다소 있는 표준 규격입니다. 하이파이(Hi-Fi) 오디오를 기대하는 분들에게는 이 부분이 한계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다만 오픈이어 구조라는 특성상, 이 기기의 본질은 음악 감상 전용 기기가 아니라는 점을 감안하면 납득할 수 있는 스펙입니다.
오픈런 프로 2의 사운드 관련 핵심 스펙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드라이버 구성: 골전도(고·중음) + 공기전도 18×11mm 유닛(저음)
- 지원 코덱: SBC
- IP55 방수·방진 등급 (먼지 및 물 분사에 대한 보호 보장)
- EQ 모드: 일반, 보컬 강화, 저음 강조, 고음 강조, 5밴드 그래픽 이퀄라이저
IP55 방수·방진 등급이란 6방향에서의 물 분사에 견딜 수 있는 수준의 방수 성능을 의미하며, 러닝 중 폭우나 땀에 노출되는 환경에서도 기기를 보호해 줍니다. 단, USB-C 포트 캡이 달려 있는 구조라 이 캡을 꼼꼼히 닫지 않으면 방수 효과가 반감된다는 점은 실사용에서 주의가 필요합니다.
착용감과 실사용 경험
하드웨어 엔지니어로서 이 제품을 보면, 설계적으로 가장 인상 깊은 부분이 바로 밴드 구조입니다. 니켈-티타늄 합금(NiTi) 메모리 와이어가 적용된 밴드는, 여기서 메모리 와이어란 변형된 후에도 원래 형태로 복원되는 형상기억합금 소재를 의미하며, 격렬한 움직임에도 착용 위치가 흐트러지지 않는 이유가 바로 이 재료 공학적 선택에 있습니다. 거기에 밴드 끝부분에 자석이 내장돼 사용하지 않을 때 목에 걸어두면 자석끼리 달라붙어 깔끔하게 고정됩니다. 전작은 그냥 툭 늘어져 있었는데, 이 차이가 생각보다 꽤 신경 쓰이는 부분이었습니다.
무게는 스탠다드 기준 약 30.3g으로, 전작(29g)과 거의 동일한 수준입니다. 제가 직접 하루 종일 착용해봤는데, 운전하면서도, 장을 보면서도, 심지어 영화관에 끼고 들어가서도 착용감 때문에 벗어야겠다는 생각이 한 번도 들지 않았습니다. 여기에 전작 대비 와이어 압력을 16% 줄인 설계 변경이 더해져 장시간 착용 피로도가 확실히 낮습니다.
오픈이어 구조의 실질적인 이점은 ANC(Active Noise Cancelling), 즉 능동형 소음 차단 기술이 탑재된 밀폐형 이어폰과 비교했을 때 비로소 체감됩니다. ANC란 외부 소음을 마이크로 포착해 역위상(逆位相) 음파를 생성함으로써 소음을 상쇄하는 기술인데, 이 방식은 외부 소리를 전자적으로 가공해 들려주는 구조라 반응 속도와 자연스러움에 한계가 있습니다. 반면 오픈런 프로 2는 귓구멍 자체가 열려 있기 때문에, 주변 차량 소리나 사람의 목소리가 아무런 가공 없이 그대로 들립니다. 러닝 중 도로 안전을 생각하면 이 차이는 결코 작지 않습니다.
멀티포인트 페어링(Multipoint Pairing) 기능도 실사용에서 만족도가 높았습니다. 멀티포인트 페어링이란 하나의 이어폰을 두 대의 기기에 동시 연결해 두고, 한쪽에서 재생하다가 다른 기기로 전환할 때 별도 조작 없이 자동으로 연결이 넘어가는 기능입니다. 노트북으로 음악을 듣다가 스마트폰으로 전화가 오면 자동으로 전환되는 이 흐름이, 제가 테스트하는 동안 단 한 번도 실패한 적이 없었습니다.
배터리 성능도 눈에 띕니다. 한 번 충전으로 최대 12시간 사용 가능하고, 5분 급속 충전으로 2시간 30분을 쓸 수 있습니다. 실제로 사무실 책상에 며칠 방치했다 돌아왔는데도 배터리가 절반 이상 남아 있던 경험이 있습니다. 러닝 직전 충전이 필요한 상황에서도 5분이면 충분하다는 건 실용적인 관점에서 상당한 강점입니다.
다만 USB-C 충전 방식으로의 전환에 대해서는 솔직히 양면이 있다고 봅니다. 범용성은 분명히 높아졌지만, 전용 자석 충전 방식이 주던 '그냥 갖다 대면 착 붙는' 직관적인 사용 경험은 사라졌습니다. 특히 러닝 후 손이 땀에 젖은 상태에서 포트 캡을 손톱으로 열고 방향을 맞춰 케이블을 꽂는 과정은, 간단한 동작이지만 이전 세대의 사용성과 비교하면 분명 번거롭게 느껴집니다. 물론 USB-C 케이블이 어디서나 구하기 쉽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장점이고, 이 선택이 틀렸다기보다는 설계 방향의 우선순위 차이라고 보는 것이 맞습니다.
국내 웨어러블 기기 시장 전반을 보면, 오픈이어 타입의 수요는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실제로 국내 이어폰·헤드폰 시장은 2023년 기준으로 전년 대비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특히 스포츠용 오픈이어 카테고리의 점유율이 확대되고 있습니다(출처: 한국IDC). 또한 러닝 인구의 증가와 함께 운동 중 안전을 고려한 오픈이어 이어폰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으며, 이는 스포츠 과학 및 운동 생리학 분야에서도 청각 안전성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흐름과 맞닿아 있습니다(출처: 대한스포츠의학회).
결국 오픈런 프로 2는 특정 목적에 최적화된 기기가 얼마나 정교하게 설계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귀를 열어두면서 음질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목표를 공학적으로 구현한 결과물이고, 제가 직접 써보면서 그 완성도에 놀랐습니다. 전작 사용자라면 업그레이드할 이유가 충분하고, 처음 골전도 이어폰을 고려하는 분이라면 이 제품이 현시점에서 가장 설득력 있는 선택지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체험 공간에서 직접 착용해보는 것을 권합니다. 설명으로 전달하는 데 한계가 있는, 귀로 경험해야 납득이 되는 제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