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이즈 캔슬링이 좋은 이어폰을 원한다면 귀를 꽉 막아야 한다는 걸, 당연한 상식처럼 받아들이고 있지 않으셨나요? 저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에어팟 프로 3를 직접 써보고 나서야 그 공식이 장점과 단점을 동시에 가진 양날의 검이라는 걸 체감했습니다. 에어팟 프로 2를 3년간 사용해 온 하드웨어 엔지니어 입장에서, 이번 신작의 변화를 착용감·노이즈 캔슬링·심박수 기능 세 가지 축으로 검증해 봤습니다.

착용감, 불편하다는 말이 꼭 단점은 아닙니다
일반적으로 이어폰 착용감이 좋다고 하면 귀에 살짝 얹히는 느낌, 오래 껴도 피로하지 않은 스타일을 떠올리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에어팟 프로 3는 그 기준을 정면으로 비틉니다. 이번 모델은 이어팁(eartip) 내부 소재를 기존 실리콘 단일 구조에서 폼(foam) 복합 구조로 바꿨습니다. 여기서 폼 복합 구조란, 실리콘 외피 안쪽에 우레탄 계열의 폼 소재를 덧댄 형태로, 귀 안에 넣는 순간 체온과 압력에 반응해 귀도의 형태에 맞게 밀착되는 방식입니다. 마치 사격 훈련장에서 쓰는 이어 플러그(귀마개)처럼, 귀를 물리적으로 봉쇄하는 느낌에 가깝습니다.
제가 직접 써봤는데, 처음 4시간 편집 작업을 하고 나면 귀 안쪽이 간지럽고 이물감이 남는 느낌이 확실히 있었습니다. 애플이 가장 작은 사이즈의 이어팁을 이번에 새로 추가한 것도 이 밀착 구조에 적응하기 어려운 소귀 사용자들을 배려한 조치로 보입니다. 4개월이 지난 지금은 완전히 적응이 됐지만, 커널형 이어폰 특유의 밀폐감을 원래 좋아하지 않는 분이라면 구매 전 반드시 매장에서 직접 착용해 보시길 권합니다.
이 착용감이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는 이유와 그 영향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폼 소재 밀착으로 인해 초기 착용 시 귓속 압박감이 발생할 수 있음
- 장시간 착용 시 귀 안쪽 간지럼·이물감이 전작 대비 증가
- 귀 사이즈가 작은 경우 새로 추가된 XS 이어팁 사용 권장
- 커널형(canal type) 이어폰 착용감에 익숙하지 않은 사용자는 적응 기간 필요
케이스 배터리 타임이 전작보다 줄어든 점도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제 경험상 이건 "못 쓰겠다"는 수준이 아니라, 예전보다 케이스를 충전하는 횟수가 눈에 띄게 늘었다는 정도입니다. 유닛 자체의 배터리는 오히려 소폭 개선됐으니 실사용에서 큰 문제가 되는 수준은 아닙니다.
노이즈 캔슬링, 4개월 써보고 나서야 확신했습니다
노이즈 캔슬링 성능은 크게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ANC)과 패시브 노이즈 아이솔레이션(PNI) 두 가지로 나뉩니다. ANC란 마이크가 외부 소음 파형을 실시간으로 감지해 역위상(anti-phase) 신호를 생성, 소음을 전기적으로 상쇄시키는 기술입니다. 반면 PNI는 이어팁이 귓속을 물리적으로 막아 소리 자체가 귀에 도달하지 못하게 하는 구조적 차음 방식입니다. 여기서 패시브 노이즈 아이솔레이션이란 소프트웨어가 아닌 이어폰의 물리적 형태 자체로 소음을 차단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일반적으로 ANC 성능은 소프트웨어 알고리즘에 의해 결정된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이건 절반만 맞는 말입니다. 아무리 뛰어난 ANC 칩셋을 탑재해도 이어팁이 귀에 제대로 밀착되지 않으면 외부 소음이 물리적으로 새어 들어와 ANC의 효율이 급격히 떨어집니다. 에어팟 프로 3의 폼 복합 이어팁은 바로 이 PNI를 극대화한 설계입니다. ANC와 PNI가 동시에 작동하니 소음 차단 성능이 전작 대비 눈에 띄게 올라간 것입니다.
출퇴근 지하철에서 직접 써본 결과, 지하철 특유의 바퀴 마찰음과 차내 안내 방송이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음악을 틀지 않아도 주변이 현저히 조용해지는 그 경험은 에어팟 프로 2를 3년 쓰면서도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기에 솔직히 예상 밖이었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장시간의 소음 노출이 청력 손상을 유발할 수 있으며, 85dB 이상의 소음에 8시간 이상 노출 시 청각 신경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출처: 세계보건기구(WHO)). 지하철 소음이 평균 80~90dB 수준임을 고려하면, 뛰어난 노이즈 캔슬링 성능은 단순한 편의 기능이 아니라 청각 건강과도 직결되는 문제입니다.
음질 측면에서도 변화가 있습니다. 저는 평소 저음이 강한 곡을 선호하는 편인데, 이번 에어팟 프로는 저역대 주파수 재현력이 확실히 강화됐습니다. 베이스가 치고 들어오는 타격감이 생겼고, 보컬 음색이 뭉개지지 않고 선명하게 분리되는 느낌도 좋았습니다. 다만 세밀한 EQ(이퀄라이저) 조정이 불가능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심박수 측정 기능, 혁신인가 계륵인가
에어팟 프로 차기작에 심박수 측정 기능이 탑재될 것이라는 루머가 퍼지면서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하드웨어 엔지니어로서 이 기능에 남다른 관심이 생기는 건 자연스러운 반응입니다. 귀는 PPG(광용적맥파) 센서 기반의 심박수 측정에 있어 손목보다 훨씬 유리한 위치입니다. PPG란 빛을 피부에 조사해 혈류량 변화를 감지함으로써 심박수를 측정하는 방식인데, 귓속 혈관은 손목보다 피부 표면과 혈관의 거리가 짧고 외부 움직임에 의한 노이즈(모션 아티팩트)가 적어 보다 안정적인 측정값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가슴이 뛰는 기능임은 분명하지만, 비판적인 시각도 필요합니다.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전력 소모입니다. 이미 케이스 배터리 타임이 전작 대비 줄어든 상황에서 상시 동작하는 정밀 센서를 추가하면 배터리 부담이 더욱 가중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또 의료 기기 수준의 데이터 신뢰성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잘못된 수치로 사용자에게 그릇된 안도감을 줄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하기 어렵습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소비자용 웨어러블 기기의 심박수 측정 정확도 기준을 지속적으로 강화하는 추세이며, 의료 목적 활용 시에는 별도의 임상 검증을 요구하고 있습니다(출처: U.S. Food and Drug Administration). 단순 마케팅 수식어가 아닌 실질적인 데이터 신뢰성 확보가 이번 기능의 성패를 가를 핵심 과제가 될 것입니다.
에어팟 프로 3는 분명 전작과 다른 방향으로 진화했습니다. 착용감의 불편함을 감수한 대신 노이즈 캔슬링 성능에서 확실한 도약을 이뤄냈고, 심박수 측정이라는 새로운 가능성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에어팟 프로 2를 3년째 쓰는 저로서도 업그레이드를 진지하게 고민하게 만드는 제품입니다. 구매를 결정하기 전, 커널형 이어폰 착용감에 본인이 잘 적응하는 타입인지를 먼저 확인해 보시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조언입니다. 기능은 좋아졌는데 하루에 2시간도 못 쓰면 의미가 없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