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형 LG 그램이 드디어 AMD 고르곤 포인트를 메인 칩셋으로 품고 나왔습니다. 기존 그램 유저로서 처음 이 소식을 접했을 때 솔직히 반신반의했습니다. 그램은 인텔이라는 공식이 너무 익숙했거든요. 매일 밤 거실 식탁에서 제 오래된 노트북으로 가계부를 정리하곤 하는 아내 역시 "그램은 하얀색바디에 무조건 그 파란색 인텔 마크가 붙어있어야 진짜 아니야?"라며 의아해하더라고요. 그런데 직접 써보니 그 공식을 의심할 이유가 충분했습니다.

전성비와 달라진 그램의 체급
저는 현재 2024년형 그램을 메인 노트북으로 쓰고 있습니다. 가방에 던져 넣어도 어깨가 별로 안 무거운 그 가벼움 때문에 선택했고, 지금까지 꽤 만족스럽게 써왔습니다. 사실 작년 가을에 초등학교에 입학한 딸아이를 데리고 주말마다 집 앞 도서관에 갈 때마다 이 가벼운 녀석 덕을 정말 톡톡히 봤습니다. 아이가 읽을 두꺼운 동화책 몇 권에 제 노트북까지 챙기면 가방이 터질 것 같은데, 노트북마저 묵직했다면 진작에 제 어깨가 아작났을 겁니다. 그런데 이번에 출시된 2026년형을 처음 손에 쥐었을 때 느낀 건 "어, 이게 내가 알던 그 장난감 같던 그램이 맞나?" 하는 묘한 이질감이었습니다.
외장재가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손끝에 닿는 매끄러우면서도 차가운 금속 특유의 단단함이 전해지는데 느낌이 참 묘하더군요. 이번 모델에는 에어로미늄(AeroMinium)이라는 신소재가 적용됐는데, 이는 알루미늄의 강성과 마그네슘의 경량성을 결합한 복합 금속 소재입니다. 쉽게 말해 가볍지만 단단한 두 금속의 장점만 쏙쏙 뽑아낸 소재라고 보면 됩니다.
실제로 스크래치 내성이 전작 대비 35% 향상되었고, 경도 등급도 2H에서 4H로 올라갔습니다. 이게 체감상 어느 정도냐면, 예전 그램은 손톱으로 상판을 지긋이 누르면 약간 찌걱거리며 들어가는 느낌이 있어서 늘 상전 모시듯 파우치에 넣고 다녔거든요. 그런데 이번엔 아내가 식탁 위에서 무심코 쇠숟가락을 노트북 상판에 툭 떨어뜨렸는데도 찍힘이나 흠집 하나 없이 멀쩡하더라고요. 순간 심장이 철렁했는데 참 다행이었습니다. 제가 직접 손으로 상판을 눌러봤을 때 전작과 확연히 다른 견고함이 느껴졌습니다. 예전 그램이 "가볍긴 한데 좀 부실하다"는 인상을 줬다면, 이번엔 그 불안함이 상당 부분 사라진 느낌이었습니다. 진작에 재질을 메탈 느낌으로 이렇게 고급지게 뽑아주지 왜 이제야 바꿨나 싶을 정도로 빌드 퀄리티는 백 점 만점입니다.
칩셋 구성도 이번의 핵심입니다. 2026년형 그램 프로 라인업은 인텔 펜서레이크(Arrow Lake 후속)와 AMD 라이젠 AI 400 시리즈 고르곤 포인트, 두 가지로 나뉩니다.
여기서 전성비(전력 대비 성능비)란 소비 전력 대비 얼마나 많은 성능을 뽑아내느냐를 나타내는 지표로, 배터리로 구동하는 노트북에서는 사실상 가장 중요한 수치 중 하나입니다. 주말마다 노트북을 들고 카페에 갈 때마다 콘센트가 있는 자리를 찾으려고 하이에나처럼 주변을 두리번거려 본 분들이라면 이 전성비라는 단어가 얼마나 소중한지 뼈저리게 공감하실 겁니다. 어댑터를 집에 두고 다닐 수 있느냐 없느냐가 진짜 초경량 노트북의 본질이니까요.
인텔 펜서레이크는 내장 GPU(통합 그래픽 프로세서) 성능이 전작 에로우레이크 대비 50% 향상되며 사실상 외장 그래픽 수준에 근접했습니다. 여기서 GPU란 화면 출력과 그래픽 연산을 전담하는 프로세서로, 별도 탑재 여부에 따라 노트북의 가격과 발열, 배터리 소모가 크게 달라집니다. 지난 주말에 삼촌 방을 기웃거리며 심심해하는 중학생 조카 녀석을 안치고 이 인텔 모델로 F1 레이싱 게임을 슬쩍 틀어줘 봤습니다. 요즘 중딩들은 프레임에 워낙 예민해서 조금만 렉이 걸려도 귀신같이 알아채는데, 울트라 하이 옵션에서 XESS 프레임 보간 기술을 켰을 때 평균 58~60프레임을 아주 매끄럽게 유지하더라고요. 조카 녀석이 눈이 동그래져서는 "삼촌, 이거 그래픽카드 따로 안 달린 얇은 노트북 맞아?"라며 연신 감탄하는 걸 보니, 세상 기술 참 좋아졌다는 게 피부로 와닿았습니다. 솔직히 제 예상도 아득히 뛰어넘는 퍼포먼스였습니다.
반면 AMD 고르곤 포인트는 NPU(신경망 처리 장치) 기반 AI 연산 성능과 전력 효율에 강점이 있습니다. NPU란 인공지능 연산에 특화된 별도의 처리 장치로, CPU나 GPU가 아닌 독립된 회로에서 AI 작업을 처리하여 배터리 소모를 크게 줄여줍니다. 회사에서 매일 모니터 두 대를 주렁주렁 연결하고 온갖 무거운 회로 설계 툴과 두꺼운 데이터 시트를 한꺼번에 띄워두고 일하는 하드웨어 엔지니어인 저로서는, 이 칩셋의 온디바이스 AI 처리 구조가 유독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인터넷 연결 없이 내 노트북 내부에서 문서를 분석하고 요약해 주는 마이 아카이브 기능은 솔직히 처음엔 그냥 대기업들이 흔히 쓰는 마케팅용 생색내기 기능겠거니 하고 별 기대를 안 했습니다. 그런데 지난주 지방 출장을 가던 KTX 안에서 와이파이가 자꾸 먹통이 되길래, 마침 가방에 있던 백 페이지짜리 영문 기술 문서를 이 기능으로 돌려봤거든요? 신기하게도 단 몇 초 만에 핵심 요약본을 화면에 착 뿌려주더라고요. 네트워크 연결 없이 내장 NPU로만 자체 연산을 하니까 보안 유출 걱정도 없고 비행기나 기차 안에서도 요긴하게 쓸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생각보다 일 처리 속도가 기가 막히게 빨라서 속이 다 시원했습니다.
AMD 와 인텔의 고민
배터리 테스트 결과가 꽤 인상적이었습니다. 동일 조건에서 방전까지 걸린 시간을 보면 인텔 펜서레이크가 8시간 56분, AMD 고르곤 포인트가 8시간 29분, 그리고 작년 전성비로 화제였던 인텔 루나레이크가 8시간 8분이었습니다. 아마 노트북을 조금이라도 다뤄보신 분들은 다들 아시겠지만, 제조사 상세페이지에 적힌 '최대 20시간 지속' 같은 문구는 솔직히 믿을 게 못 되잖아요. 화면 밝기 개미 눈물만큼 낮추고 아무것도 안 켜놓아야 간신히 나오는 점수니까요. 그래서 저도 실사용 세팅과 똑같이 맞춰두고 굴려봤는데, 두 신모델이 그 전성비 좋다고 소문났던 전작 루나레이크를 가볍게 따돌리는 걸 보고 무릎을 탁 쳤습니다. 이 정도 수치라면 출근길에 무거운 벽돌 어댑터를 가방에서 빼놓고 나가도 퇴근 시간까지 거뜬히 버텨줄 만한 진짜배기 스펙입니다.
AMD 가 가성비 칩셋이라는 인식이 여전히 있는데, 저는 이 시각이 이미 몇 세대 전 이야기라고 봅니다. 아직도 회사 선배들은 "노트북은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인텔이지, AMD는 호환성 떨어지고 튕기지 않나?" 같은 십 년 전 소리를 하곤 하십니다. 이번 고르곤 포인트는 싱글코어 성능에서 에로우레이크와 거의 동일한 긱벤치 6 점수를 기록했고, 멀티스레드에서만 약간 뒤처지는 수준입니다.
제 실제 업무 환경을 가만히 복기해 봐도, 하루 종일 컴퓨터 붙잡고 3D 그래픽 렌더링을 걸어두거나 엄청난 규모의 소스코드를 밤새 컴파일하지 않는 이상 멀티스레드 성능이 임계점까지 도달하는 경우는 단언컨대 드룹니다. 헤비한 엑셀 수천 줄을 열어놓고 크롬 탭을 수십 개씩 띄워두는 일반적인 직장인들의 업무 생산성 영역에서는, AMD 모델이 성능이 모자라서 버벅거린다고 느낄 일은 전혀 없을 겁니다. 오히려 손가락이 마우스를 움직이는 대로 빠릿하게 반응해 주니 일할 맛이 납니다.
디스플레이 차이도 짚고 넘어해야 합니다. 인텔 모델은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에 WQXGA+ 해상도, 120Hz 주사율을 탑재했고, AMD 모델은 IPS LCD 패널에 144Hz를 넣었습니다. OLED란 픽셀 하나하나가 스스로 빛을 내는 디스플레이 방식으로, 완전한 검정 표현과 높은 명암비가 강점입니다. 여기서 두 제품의 타겟층이 완전히 갈린다고 봅니다. 평소 퇴근하고 불 꺼진 침대에 누워 넷플릭스로 어두운 영화나 드라마를 자주 보시는 분들이라면 완전한 암부 표현이 예술인 인텔의 OLED 모델이 눈을 즐겁게 해줄 겁니다.
반면 AMD 모델의 논글레어 IPS LCD는 외부 빛 반사가 거의 없어 장시간 작업 시 눈 피로가 훨씬 덜합니다. 저처럼 주로 하얀 형광등이 바로 머리 위에 켜진 쨍한 사무실이나 햇빛이 들이치는 카페 창가 자리에서 종일 문서를 읽어야 하는 사람들에게는 이 선택지가 훨씬 편안합니다. 화면에 내 얼굴이나 뒤쪽 조명이 거울처럼 반사되지 않으니까 눈의 피로감이 신기할 정도로 적거든요. 실제로 일주일 동안 하루 8시간 이상 이 LCD 모델로 가독성 위주의 텍스트 문서를 검토해 봤는데, 매일 퇴근할 때쯤 눈이 침침해서 인공눈물을 달고 살던 증상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습니다. 스펙상의 화려함도 좋지만, 엉덩이 오래 붙이고 텍스트를 들여다보는 직장인들에게는 역시 편안한 눈이 최고가 아닐까 싶네요.
AMD 프로세서의 전력 효율과 성능에 관한 독립적인 벤치마크 분석은 여러 기술 전문 매체에서도 꾸준히 다뤄지고 있으며, 특히 모바일 플랫폼에서의 경쟁력이 주목받고 있습니다(출처: AnandTech).
실제 쓰면서 내린 결론과 구매 가이드
요즘 진짜 주말에 가족들이랑 마트에 장을 보러 가거나 주유소에 기름을 넣으러 갈 때마다 내 월급 빼고 다 오른다는 말이 뼈저리게 실감 납니다. 노트북 시장도 예외는 아니어서 반도체 값이 뛰니 몸값이 장난이 아니더군요. 지갑 사정이 팍팍해진 요즘 같은 고물가 시대에는, 아무리 좋은 스펙을 가졌어도 선뜻 200만 원, 300만 원이 넘는 거금을 지출하기가 참 망설여지는 게 솔직한 유부남들의 현실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동일한 작업 효율을 든든하게 내주면서도 가격 접근성이 훨씬 합리적인 AMD 고르곤 포인트 모델은 대단히 현실적이고 영리한 탈출구라는 생각이 듭니다.
2026년형 LG 그램은 소재부터 칩셋까지 꽤 많은 것이 바뀌었습니다. 2024년형을 쓰면서 유일하게 아쉬웠던 외관의 그 플라스틱 같은 하얀 장난감 감성과 미세하게 상판이 흔들리던 내구성 문제가 이번 에어로미늄 소재 적용 하나로 깔끔하게 해소된 것만으로도, 내 소중한 돈을 들여 업그레이드를 고민할 이유는 충분해 보입니다. 가벼움이라는 그램 고유의 DNA를 잃지 않으면서도 하루 종일 가는 배터리와 대세인 AI 실무 능력까지 고루 챙기고 싶다면 AMD 모델을 선택하시면 절대 후회 없으실 겁니다. 반대로 노트북 한 대로 주말에 조카들과 게임도 한 판 하고 가벼운 컷 편집 작업까지 겸해야 하는 올라운더 노트북을 원하신다면 인텔 펜서레이크가 정답이겠죠.